누가 보더라도 좋은 제품임을 부정할 수 없는 제품이 있다.
물론 그걸 모든 이들이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는 제품을 볼 때, 아무리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요즘 같은 때는 모든 브랜드 제품들이 자기네꺼가 좋다고 나름은 객관적이라는 설득 자료들을 내놓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느 그것들을 보고 어떤 것이 더 정확하고 어떤 것이 더 믿을만한 것인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렇지만, 이 제품처럼 명확하게 다른 제품들에 비해 월등한 제품이 있을까 싶다.

오디오랩 8200CD
나는 솔직히 이 제품이 처음 출시를 했을 때,
이런 제품이 줄지어 나오면서 오디오랩 8200CD의 뛰어난 가치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오디오랩 8200CD를 따라할 수 있는 관련 제품은 나오질 못하고 있고, 비슷한 제품이 많이 나와서 그 가치가 무색해진다기 보다는 무지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질 못하는 탓에 그 가치가 무색해질 상황이다.

좋은 제품을 빠짐없이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오디오랩 8200CD같은 제품을 추천 안하고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과연 오디오랩 8200CD같은 제품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면, 아마도 더 이상 추천할 제품은 없을 것이라고도 단언할 수 있다.

제품 소개.

앞에서 오디오랩 8200CD 같은 제품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 뜻은 광/동축과 USB 입력이 가능한 DAC 기능이 되는 CDP를 말한다.

사실 오디오계에서 소스기가 DAC 기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조건이 되고 있지만, 서양의 오디오 브랜드들은 한가지 신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간이 워낙에 오래 걸리다 보니 유사한 제품들의 후속 출시가 매우 느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USB A/B 타입 입력이 되는 트랜스포머만 만들어 출시를 하더라도 대박이 날거라는 가십거리성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는데, 서양의 오디오 브랜드들은 우리나라처럼 PC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지 않다보니 아직까지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디오랩 8200CD의 가치가 눈부시도록 돋보이는 것이다.

이 제품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요지는 간단하다.
CDP 기능도 썩 나쁘지 않지만, DAC 기능이 가격을 고려했을 때 유사한 가격대 제품들이 가질 수 있는 수준과 격을 한층 올려놨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가격도 별로 안 비싸다.

해외에서는 이 제품의 DAC 구성이 단순 CDP에 DAC 기능이 부가적으로 들어간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DAC 회로 설계의 수준이 비슷한 가격의 단일 DAC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극찬을 할 정도로 오디오랩 8200CD의 DAC 설계 수준은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CDP에 DAC 기능이 들어가도록 설계를 해서 광이나 동축 입력이 되는 CDP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고가 기종에도 있었고, 일부 저렴한 일본 기종에도 동일한 기능들이 있었지만, 오디오랩 8200CD처럼 CDP 기능보다 DAC 기능에 더 물량투입을 많이 하고, 수준 높은 회로 설계를 감행한 제품은 거의 없었다.

8200CD 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이에 관련된 하드웨어적인 분석을 잘 해놓은 다른 리뷰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지만,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8200CD는 기본적으로 캐나다의 신생 브랜드인 ESS의 최신 DAC 칩인 SABRE32가 탑재되었다.
ESS의 최신 DAC 칩셋인 SABRE32는 무려 84.6메가 헤르즈(MHz)로 32bit 컨버팅이 가능한 DAC칩이다.
기존의 DAC 칩들이 192kHz 샘플링 레이트가 일반적인데 반해 84.6MHz라는 것은 수십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아직까지는 32bit 업컨버팅이 가능한 DAC칩도 아직까지는 흔치 않다.
게다가 DAC칩의 급수를 논할 수 있는 수치 중 하나인 다이나믹레인지 수치 역시 현존 최고 수준인 133dB로 아직까지 최고 수준이었던 126dB정도의 DAC칩들을 월등히 능가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런 수치적인 스펙이 무조건 좋은 음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엔지니어의 역량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음질의 폭은 더 방대하고 넓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ESS의 SABRE32는 매킨토시의 600만원대 CDP에도 사용이 되고 있으며, 초하이엔드급 DAC인 WEISS의 고가 DAC에도 선택될 정도로 그 기본이 뛰어나기로 인정받는 현존 최고 수준의 DAC칩이다.

오디오랩 8200CD는 USB입력을 통한 음악 재생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TI의 TUSB1020B를 탑재해 비동기식으로 USB 입력을 받게 된다. 그럼으로써 기본적으로 16bit/44.1kHz밖에 지원이 안되는 USB 입력을 96kHz/24bit로 입력이 가능하며 음손실 없이 광입력이나 동축입력처럼 우수한 음질로 USB입력이 가능하다.

DAC칩으로부터 컨버팅된 신호를 대부분의 다른 CDP들은 단순 OPAMP(오피앰프)를 이용해 신호음을 증폭하게 되지만, 오디오랩 8200CD는 물량투입이 현격하게 많이 필요하게 되고, 설계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게 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OPAMP라는 것은 단순히 아날로그 증폭 회로를 하나의 작은 칩에 함축시켜 놓은 것인데, 오디오랩은 그 신호 증폭의 순수성과 질을 더 높이기 위해 별도로 OPAMP의 구조를 일일이 분리시켜서 물량 투입을 과감하게 투입해서 PCB 내에 따로 설계한 방식이다.

이 외에 전원부에 트로이덜 트랜스의 투입이라던지, 각 회로에 별도로 공급되는 전원을 위해 설계된 각 콘덴서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점까지 고려해 봤을 때, 오디오랩 8200CD의 물량 투입은 외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3배정도 가격의 CDP와 맞먹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음색 특성 및 감상.

매우 현대적인 경향이다.
해상력이 좋다.
투명하고 정교하다.
심지어는 첨예하다는 말도 어울리는 사운드이다.

그렇다고 음이 너무 얇거나 거칠지는 않은 편이다.
음이 물론 두껍지도 않지만 수준높은 업샘플링 능력과 충실한 회로 설계때문인지 다른 소스기의 가벼우면서도 얇은 사운드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다소 가벼운 듯한 인상이 없지는 않지만, 정말로 굉장히 정교하고 이미징과 입체감이 월등히 뛰어난 사운드이다.

중고음의 청량감과 입체감이 매우 뛰어난데 청량감이 거칠게 강조되기 보다는 톡톡 튀는 듯한 터침감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입체감은 전후 좌우로 탁 트이게 벌어지는 느낌을 향상시키는데 효과를 주며 그 안에 여러 선이 움직이며 사운드 스테이지의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결의 표현력도 우수하다.
아마도 이런 특성이 다른 컴포넌트가 가지고 있는 중역의 부드러움과 더해지면 아주 기분좋은 음색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 소리를 뭉쳐지지 않게 해주는 특성을 오디오랩 8200CD가 만들어 주고 있으며 거기에 탁 트인 개방감이라던지 동시에 음이 재생되었을 때, 음의 갯수가 한번에 여러개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동시 정보 재생력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어떤 음악이던 크라이막스 부분에서 가장 화려하고 많은 음이 나올 텐데 그럴 때, 일부 다른 CDP들은 딱 듣기 좋은 소리만 MP3처럼 골라서 들려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어떤 CDP는 많은 음을 무리해서 재생하려다 보니 다소 두리뭉실해지는 경우도 있을텐데, 오대오랩 8200CD이 경우는 크라이막스 부분에서 굉장히 다량의 정보를 쏟아내면서도 탁 트인 느낌이라던지 세련되고도 정교한 입체감과 순발력있게 음을 재치있게 진행시키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트북을 가지고 USB 입력을 시도해 봤다.
단순 파일인데도 왠만한 시디피에서 재생한 것만큼이나 더 좋다.
더 좋고 덜 좋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면, 어차피 음질이란 비슷한 가격에서는 취향따라 가기 때문에 이 사운드가 무조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CDP들보다 절대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음질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당연히 비슷한 가격대의 여느 다른 시디피들보다도 확실히 더 나은 소리다.

노트북에서 잉거 마리를 재생해 보았다.
잉거 마리 특유의 촉촉하면서도 선열감이 뛰어난 음질이 돋보인다.
놀라운 것은 해상력이나 디테일이 CD로 재생했을 때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며, 그 음질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CDP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더 좋았으면 좋았지 덜 좋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음질이다.
매칭 조합은 다인오디오 포커스 220에 심오디오 340 조합이다.
다인오디오 포커스 220은 원래가 부드러운 경향인데 거기에 심오디오가 힘을 더해주고 오디오랩 8200이 세세한 분해력과 입체감을 더해줌으로써 거기에 포커스 220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실키한 촉촉함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USB를 통한 음질이 이정도라면, 단일 DAC들과의 음질을 비교하더라도 비슷한 가격대의 단일 DAC들에 비해서도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수준의 클리어티와 디테일을 선사해 주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가격의 DAC를 사느니, 그냥 오디오랩 8200CD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한마디로 이 USB 음질을 축약하자면, 이 가격대에서는 전혀 상상해 볼 수 없었던 퀄리티이자 객관적인 오디오적 쾌감을 선사해 주는 수준이며, 오디오적으로 가늠했을 때, 이정도 가격대의 소스기가 가질 수 있는 역량과 가치를 한단계가 아닌 두어단계정도는 일신시켜준 정도의 퍼포먼스라 생각된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근본 성향이 워낙에 뛰어난 디테일과 첨예한 입체감과 정밀도에 맞춰져 있다보니, 비슷한 성격을 띈 주변기기들과 매칭했을 때는 다소 무게감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전체 사운드의 뉘앙스를 만들어 주는 소스기의 영향상 완벽이란 없다.
모든 소스기는 특정한 성향이라는 것이 항상 정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렇게 따지자면 몇천만원짜리 DAC나 CDP도 성향 편차에 따라 매칭이 잘못되면 아쉬운 점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줬으면 좋겠다.

결론.

여러모로 이 DAC/CDP는 따지고 볼 필요도 없는 이 가격대의 수준과 격을 한층 올려놓은 제품이다.
객관적 잣대로 이 보다 더 좋은 CDP는 비슷한 가격대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이에 맞설 수 있는 CDP가 나오기 위해서는 아마도 타사 엔지니어들은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심지어는 타사 엔지니어들은 오디오랩 8200CD를 보고 굳이 이정도 가격대의 제품에 이런정도의 물량투입과 수준높은 설계를 하지 않아도 될텐데, 괜히 이렇게 좋게 만들어서 전체 오디오 엔지이어들이 힘들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내부적인 스펙이나 물량 투입과 만듦새는 몇백만원짜리 제품들과 비등한 수준이기도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내부가 동일하더라도 몇백만원짜리 CDP는 새시에 들어간 제작비가 비싸서이기도 하다.
이미 오디오랩 8200CD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할 제품이 아니라, 두배 이상 비싼 CDP나 DAC들과 경쟁할 제품이라는 인식이 전문가들 사이에 평준화 된 상태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DAC 기능을 겸비한 소스기의 한 형태로서 오디오랩 8200CD가 많이 벤치마킹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가격도 참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솔직히 200을 책정하더라도 품질에 비하면 무리가 아닌 가격이지만,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