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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JBL 탄생 75주년의 기념작 - JBL L100 Classic 75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By Fullrange date 21-09-03 11:26 0 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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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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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의 설립자 짐런이 회사 설립시 개발했던 제품들

 

1946년은 짐 런(James B. Lansing)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해였다. 일단 그는 두 가지 압박에서 해방되었다. 지긋지긋한 2차 대전이 끝났으며, 알텍과의 계약도 종료되었다.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은퇴해서 농장 일이나 하려고 했다. 구체적으로 땅까지 매입한 상태였다. 만일 그가 평범한 농부의 삶을 선택했다면, 3년 후에 벌어질 비극적인 권총 자살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행복과 안락함을 추구했다면, 당연히 이 길을 가야 했다.

하지만 그의 내부에 흐르는 스피커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이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창업한다. 당초 랜싱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지만, 이미 그 판권은 알텍이 확보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가져와 JBL을 만든 것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에겐 천만다행의 결정이었지만, 짐 런 개인으로서는 지옥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희생과 천재성이 발휘되어, 짐 런의 사후, JBL은 거듭나게 된다. 1950년대에 빌 토마스가 바톤 터치를 한 가운데, 스피커 역사를 새로 쓰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전설의 하츠필드, 패러곤, 올림푸스에 대한 상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나중의 K2 시리즈는 어떻고? 그 초석을 다져놓은 짐 런에 대한 경배의 마음을 갖고, 이제 올해로 창업 75주년을 맞이한 JBL의 특별한 세트를 만나게 되었다. 인티 앰프와 스피커라는 단촐한 조합이지만, 이 세트가 갖는 퍼포먼스와 역사적 의미는 남다르다. 게다가 750 세트 한정이라고 한다. 좀 너무하지 않은가?

아무튼 이번에는 우선 L100 Classic 75라는 스피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앰프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이어가도록 하겠다.

 

 


 

 

짐 런과 알텍 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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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JBL 디스트리뷰터 Norm Neely, OEM 커스터머 Les Hoffman
그리고 James B. Lansing (출처:www.audioheritage.org)

 

여기서 잠깐, 짐 런과 알텍의 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만 본 기에 대한 역사성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짐은 자신의 이름 랜싱(Lansing)을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알텍이 현재까지 “알텍 랜싱”이란 이름을 쓰고 있는지부터 캐보자.

당초 짐이 설립한 회사는 랜싱 매뉴팩처링(Lansing Manufacturing)이었다. 1927년의 일이다. 그에게 무슨 돈이 있어서 회사를 설립한 것은 아니다. 비교적 자금 사정이 넉넉한 켄 데커(Ken Decker)라는 친구가 짐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심하면서, 결국 이 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라디오 관련 부품이며 유닛을 생산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헐리웃 부근으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관 관련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토키 영화가 시작되면서, 극장에서 대형 혼 시스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좋아하는 짐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 시장은 웨스턴 일렉트릭이라는 공룡에 의해 점령된 상태. 하지만 그는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당시 메이저 영화사 MGM과 연을 맺게 된다. 그래서 MGM 자체의 시사실에 필요한 작은 모니터용 스피커를 만들게 되는데, 그 결과 아이코닉이라는 2웨이 스피커가 탄생한다. 오디오사에서 빛나는 명작이기도 하다. 이것을 기점으로 보다 대형기인 시어러 혼까지 만들게 된다. 웨스턴 계열과 다른 이쪽 사운드는 그 나름 역사적 평가가 높았다. 일약 이 분야의 신데렐라로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재정을 담당한 켄 데커가 1939년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금전 관계에 어두운 짐 런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당시 데커는 육군 항공대의 예비역 장교였다. 비행 연습 도중에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이다. 이게 화가 되어, 결국 1941년에 파산 상태에 이른 것이다. 당시 총 19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탄탄한 회사였다. 막 도약을 시작하려는 찰나, 이런 비극을 맞이한 것이다.

한편 웨스턴 일렉트릭은 독과점 법에 따라 해체의 수순을 걸으면서, 동사의 제품군을 수리하는 전문적인 회사를 남기게 된다. 그게 바로 알텍이다. “올 테크니션”(All Technician)의 약자다. 즉, 오로지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것이다.

하지만 수리만 갖고 먹고 사는 데 한계가 따른다. 알텍의 생존을 위해선 신제품이 필요했다. 자금은 풍부했으므로, 제대로 된 설계자만 구하면 되었다. 그 후보가 바로 짐 런이었다. 마침 그가 파산 상태였으므로, 전 종업원을 입사시키는 조건으로 5만 달러에 랜싱사를 매입하게 된다. 그게 결국 알텍 랜싱이 된 것이다. 이때 랜싱의 상표권도 넘어가고 만다.

한편 짐 런에게도 패널티가 부과된다. 향후 5년간 일체 스피커 비즈니스를 독자적으로 행할 수 없게 계약한 것이다. 결국 짐 런은 5년간 알텍에 근속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게 된다.

이때 개발된 것이 동축형 스피커 604와 A5, A7 등으로 대표되는 극장용 시스템이다. 참, JBL의 창업자로만 알려진 짐 런에게 실은 알텍의 근간이 되는 제품들의 아버지라는 점 역시 흥미롭다. 역사상 최고의 스피커 디자이너라는 찬사는 전혀 과장이 아닌 것이다.

                 

 


 


알텍 604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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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ec 604 스피커

 

우퍼 드라이버의 중앙 안쪽에 고역용 혼을 안착시켜서 2웨이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은 전혀 엉뚱한 데에서 나왔다. 때는 1941년. 오디오파일이면서 알텍 사용자였던 아서 크로포드라는 고객이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그리고 알텍에 의뢰하게 된다. 결국 이 컨셉은 짐 런을 만나면서 개화, 1943년에 세계 최초의 동축형 스피커 601 듀플렉스가 나오게 된다. 이게 진화되어 나중에 604가 된 것이다.

문제는 너무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스튜디오쪽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1950~60년대까지 미국쪽 스튜디오 대부분이 604를 채택했던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JBL에 큰 부담이 되었다.

사실 빌 토마스에 의해 JBL이 1950년대부터 차곡차곡 성장하면서, 항상 염두에 둔 것이 극장과 스튜디오 시장이었다. 현재는 컨슈머쪽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는 저 광맥을 장악하리라, 아니 탈환하리라 각오를 다졌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자 짐 런이 이미 이쪽 분야에서 찬란한 업적을 남긴 만큼, 그의 이름을 건 회사의 자존심과도 통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떡하니 604가 버티고 있었다. 만리장성과 같은 존재였다. 짐 런이 짐 런을 넘어서야 한다는 묘한 아이러니의 상황이 지속되었다.

한데 전지전능한 604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위상이 정확하지 않았다. 중앙의 혼과 주변의 우퍼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했던 것이다. 또 중역이 일부 부푸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사이즈도 너무 커서 작은 스튜디오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1950년대에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은 녹음쪽 기술이 초보 단계였고, 대충 귀로 때우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4312와 L100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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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4312, (우) 4425

 

 

그러나 60년대에 들어와 록 음악을 중심으로 대중음악이 발전하고, 오디오 팬들이 늘어가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덕분에 JBL은 스튜디오 시장을 다시 겨냥하게 된다. 604보다 사이즈가 작으면서 더 정확하고, 퍼포먼스가 뛰어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4310과 4320이었다. 전자는 작은 북셀프 타입이고, 후자는 좀 더 큰, 라지 모니터에 속하는 제품이었다.

이 제품들은 1968년에 개발되었다. 특히, 프로토 타입은 당시 최고의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추앙받았던 밥 파인(Bob Fine)의 눈에 들었다. 그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직접 설치해서 그 성능에 매우 흡족했다고 한다. 여기엔 더 큰 이유가 더 있었다.

예전에는 스테레오 정도의 녹음을 그냥 두 세 개의 마이크에 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녹음 방식이 복잡해지고, 비틀즈의 <Sgt. Pepper> 혁명이 나오면서, 멀티 트랙 녹음이 일반화된다. 특히, 60년대 말에 오면 8트랙 녹음까지 시작되었다.

사실 아무리 스튜디오가 크다고 해도, 604 사이즈의 모니터를 무려 8개나 갖다 놓을 수 없다. 또 이때부터 인디펜던트 스튜디오도 나오는데, 모두 작은 모니터 룸만 갖고 있었다. 604마저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때 4310은 요긴한 해결책이 되었다.

하지만 1969년에 JBL이 하만카돈으로 넘어가고, 새롭게 아놀드 울프 사장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4310이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1970년이 된다. 이때 4310은 스튜디오 중심으로 납품하면서, 민생용으로 손을 봐서 나온 것이 L100이었다. 두 제품은 일종의 쌍둥이나 마찬가지.

아무튼 4310은 이후, 4311을 거쳐 JBL 최대 히트작 4312에 이른다. 이것은 현재 4312G까지 진화된 상태다. 한편 본격적인 홈 오디오 시장을 노린 L100은 비단 JBL뿐 아니라 하만카돈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 제품을 기점으로 70년대를 장식했던 L65, L300 등 L 시리즈의 명작 행진은 따로 언급이 필요없을 정도.

이후 최근에 삼성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역시 시그너처의 개념을 살려 L100 Classic이 런칭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L100 Classic은 단순히 제품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JBL의 75년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짐 런의 비극은 역으로 영웅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천하무적의 성공담은 그리 감동이 없다. 어벤저스와 같은 헐리웃 오락물에 그칠 뿐이다. 오히려 성공의 눈앞에서 번번이 좌절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천재적인 발상을 담은 제품을 연달아 내놓은 짐 런의 유산은 언제나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라는 헤밍웨이의 문장이 생각나기도 한다.

바로 그런 그의 레거시를 계승하면서, 또 604를 넘기 위해 무려 20년간 고군분투하다가 드디어 성공에 다다르게 한 제품이 바로 4310이었고 또 L100이었다. 현재 우리가 만나는 4312G와 L100 Classic로 이어지는 전통에는 이런 비극과 분투와 영웅담이 담겨 있는 것이다.

                   

 


 


L100 클래식, 또 한 번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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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L L100 75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이제 JBL 창업 75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L100 Classic 75에 대해 알아보자. 이 제품은 1970년에 발매된 L100을 베이스로 한다. 따라서 발매 5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일단 2018년에 클래식이란 타이틀로 한 차례 진화를 이룩했으며, 3년만에 75라는 형번으로 세 번째 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번 제품을 획기적인 진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워낙 L100 Classic 자체가 높은 완성도를 이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너 체인지를 통한, 또 다른 버전의 출시라고 보면 좋겠다. 게다가 한정판의 의미가 강해, 나처럼 L100 Classic을 좋아하는 경우 강력한 구매욕을 느낀다. 결코 이 욕망을 숨기고 싶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소폭의 개량이지만, 그 변화가 여러 항목에 걸쳐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확실히 전작과 차별화가 된다. 꼭 개량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냥 좀 다르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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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드라이버가 좀 달라졌다. 물론 약간의 마이너 체인지이긴 하지만, 여기서 지적할 필요는 있다. 트위터는 JJ025Ti1-4에서 1이 2로 바뀌었다. 약간 손을 본 정도일 것이다.미드레인지는 105H-1이 JM125PC-8로 바뀌었다. 형번 자체에서 어떤 변화의 폭이 느껴지기는 한다.

마지막으로 우퍼는 전작과 형번은 동일하지만, 서라운드를 교체했다고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느낌이나 분위기는 비슷하면서 뭔가 다른 느낌이 감지된다.

크로스오버는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펙은 동일하다. 4오옴에 90dB라는 감도라던가, 권장 앰프의 출력이 25~200W라던가, 40Hz~40KHz에 달하는 주파수 대역도 동일하다. 하지만 부품이 일부 바뀐 점은 의미심장하다.

인클로저 소재는 티크 우드 비니어로 교체했다. 좀 더 무거워졌다. 전작이 27Kg 정도였는데, 이보다 약 8Kg이 더 무거워진 35Kg을 보여준다. 혼자 들기에는 버거운 상태가 된 것이다. 한편 티크 우드 자체의 수급이 쉽지 않아, 이번 모델이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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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제품에는 설계자 크리스 하겐의 자필 사인이 들어가고, 일련 번호가 매겨져 있다. 후에 AS를 받을 경우, 본사에 확실한 자료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이 가격대의 스피커는 이렇게 세세한 기록이나 배려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창업 75주년 기념이라는 의미 때문에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다. 이코노믹 티켓으로 일등석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명판에 블랙과 골드로 처리된 JBL 로고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글자는 정말 가슴 벅차게 한다. 왜 예약을 받는 순간 동이 났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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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 기를 담는 박스가 무척 거창하다. 마치 초 하이엔드 제품을 담는 듯한 물량투입과 사이즈가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나무 박스를 멋지게 가다듬어, 단순한 기능성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 가격대에, 이 사이즈에, 이런 박스를 제공한 예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스피커까지 담았을 경우, 총 무게가 무려 130Kg에 육박한다. 본 제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역으로 웅변한다고 하겠다.

                   

 


 


지프와 J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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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 시장을 보면 오프로드라는 세그먼트가 있다. 이쪽의 강자는 당연히 지프(Jeep)다. 대자연의 품으로 한껏 파고들 수 있는 차로는 지프를 당해낼 자가 없다. 가히 오프로드의 황제다.

한편 JBL 제품의 특성을 보면, 이런 지프와 통하는 바가 있다. 아무래도 그 배경이 스튜디오 모니터와 PA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쪽은 정말 오프로드다. 그것도 시골길 정도가 아니다. 험준한 산길과 시냇물을 마구마구 통과해야 하는 험지다. 그러므로 JBL의 컨슈머용 제품에도 이런 DNA가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기질을 무척 좋아한다. 아무래도 메인 장르가 재즈이고, 록을 비롯한 대중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다. 또 대부분의 애호가들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JBL이라고 하면 그냥 오프로드 성격이 강한 스피커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삼성이 주인이 되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JBL 제품들의 성격이 좀 바뀌었다고 본다. 특히, 4312G와 L100 Classic에서 강하게 그 부분을 인식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온로드에도 어울리는 모델로 진화했다고나 할까? 즉, 오프로드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마치 도심에서 몰 수 있는 SUV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지프로 치면 랭글러라기보다 오히려 그랜드 체로키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보다 광범위한 애호가들을 상대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다고 본다.

                   

 


 


마크레빈슨 5805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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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청에 동원된 앰프는 마크레빈슨의 인티 No.5805다. 이미 다양한 리뷰가 나왔으니 새롭게 언급하진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접해본 적이 없다. 특히 L100 Classic 계열과 매칭은 처음이라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같은 하만카돈의 소속이고, 여러 리뷰에서 좋은 매칭으로 추천되어 궁금하기는 했다. 마침 시청실에 이 제품이 있어서 들어볼 수 있었다.

정말 나는 깜짝 놀랐다. 이토록 감쪽같이 변신할 수 있을까? 사실 스피커라는 존재는 매칭하는 앰프에 따라 음이 많이 바뀐다. 당연하다. 따라서 뭐가 정답이랄 순 없다. 일단 그 변화의 폭이 심한 제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이 있는 쪽으로 나눌 수 있다. 나는 JBL을 후자쪽이라고 봤다. 그만큼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강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본 기에 이르면, 이제는 전자의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것같다. 실제로 5805를 듣고 어안이 벙벙해서 나중에 빈센트의 SV-237MK를 동원해 비교 시청까지 했다. 그 결과는 전혀 같은 스피커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라고나 할까? 당연히 마크레빈슨은 지킬 박사이고, 빈센트는 하이드씨였다. 일단 마크레빈슨쪽 시청 소감부터 소개하겠다.

일단 현재까지 들은 숱한 JBL 제품과는 전혀 다른, 매우 새롭고, 신선한 음이었다. 특히, 클래식이 좋았다. 기본적으로 섬세하고, 기품이 있으면서, 우아했다. 어떻게 이렇게 고급스런 음이 나올까? 그 변신의 폭이 커서 가히 세련된 세단을 타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오렌더 N30을 소스기로 활용해서 들은 음악에 대해 차례차례 소개하기로 하겠다.

 


1982280254_7iO4gHND_0c25094d695e99d24945bf31dffa53683678aeb7.jpegMaria Joao Pires - Brahms Piano Trio No.1

첫 트랙은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어거스틴 뒤메이 등이 함께 한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No.1 1악장>. 일단 현의 음색이 무척 감미롭고, 아름답다. 현의 텐션과 개성이 그윽하게 피어난다. 울림이 풍부하고, 잔향도 깊다. 배후의 피아노는 영롱하면서 감미롭다. 전체적으로 미음이다. 마치 귀족의 살롱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듣는 느낌이다. 어떻게 이토록 럭셔리한 느낌을 내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디테일 묘사가 뛰어나, 세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그려진다.


1982280254_XVQETpIr_9cc6a936f9dd2dda3eac47a696c829ec7cd6fa55.jpegHelene Grimaud - Mozart Piano Concerto No.20

이어서 그리모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 원래 그리모를 좋아하지만, 이 곡을 자주 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청에서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일 이 조합으로 듣는다면, 꼭 이 트랙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초반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메인 테마. 서정적이면서 또 비극적이다.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거기에 위태로운 아름다움이 가미되어, 마치 짐 런이라는 천재의 비극을 테마로 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피아노의 터치는 더할 나위없이 기품이 있으면서, 탄성을 자아낸다. 마치 천사가 연주하는 듯하다. 어떻게 JBL 스피커에서 이런 음이 나올 수 있을까? 혹 다른 스피커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신 스피커에 다가가서 귀를 대본다. L100 Classic 75가 맞다. 그런데도 믿을 수 없다.


1982280254_Bhf0uO3d_5e1fd671b67a2f9132c01225d02e5a3921872c12.jpgDiana Krall - S’Wonderful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을 들어본다. 배후에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신명난 보사 노바 리듬이 전개된다. 보컬은 생동감이 넘치며 또 엘레강스하다.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다. 숱한 악기들을 질서정연하게 표현하는데, 전체적으로 플랫한 리스폰스가 돋보인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하이엔드 제품들의 장기. 그 미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또 하이와 미드를 손볼 수 있어서, 약간 자기 취향에 맞게 튜닝할 수도 있다. 약간 고역을 올리는 쪽이 내 감각과 맞았다.


1982280254_M7DjI2Cn_aa69de54952248551d49596f7b6c1650b2dd13d8.jpgMiles Davis - Straight No Chaser

마지막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Straight No Chaser>. 원래는 냉정하고, 단호한 스타일의 연주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정다감한 모습이 보인다. 모던 재즈 특유의 활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운 음으로 전개된다. 이런 느낌도 재미있다. 존 콜트레인의 끝없는 파워 블로잉 이후, 냉정한 마일스의 솔로. 이런 대비가 극적으로 잡힌다. 드럼과 베이스의 저역 라인이 탄탄하고, 중간중간 콤핑하는 피아노의 음도 개성이 넘친다. 확실히 고급스럽고 또 세련된 음향이다. 만일 본 기를 구한다면, 아니 L100 Classic도 좋다. 뭔가 우아하면서 멋진 음을 연출하고 싶다면, 마크 레빈슨의 5805는 좋은 선택이 될 것같다.

본 기는 심플하면서 고급스런 가구로 꾸며진 거실에 갖다놨을 때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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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마치고, 일종의 보충 차원에서 빈센트를 들었다. 이것은 이것대로 또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마크레빈슨이 세단이라면, 이것은 온로드 스타일의 지프라고나 할까? 풍부한 저역과 약간의 공격성이 가미되어, 전통적인 JBL 스피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스피커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예는 참 드물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본 기는 소유자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제품이다. 동사 탄생 75주년 기념작이라는 역사성에다가 이런 취미성이 골고루 갖춰져서 정말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참고로 본 기는 총 750세트 한정이다. JBL을 신성시하는 일본조차 50 페어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한국은 그 이하라고 한다. 얼리 버드가 되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제품이다. 본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다면,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 것같다.


 

Specifications

Type

3-Way bookshelf loudspeaker pair with floor stands

Low Frequency Driver

12-inch (300mm) pure pulp cone woofer (JW300SW-8)

Mid Frequency Driver

5.25-inch (130mm) pure pulp cone midrange (JM125PC-8)

High Frequency Driver

1-inch (25mm) Titanium dome tweeter (JT025TI2-4)

Recommended Amplifier Power

25 – 200W RMS

Impedance

4 Ohm

Loudspeaker Sensitivity

90 dB/1W/1m

Frequency Response

40 Hz - 40 kHz (-6 dB)

Crossover Frequencies

450 Hz, 3.5 kHz

Enclosure Type

Front-ported bookshelf

Controls

High-frequency and Mid-frequency L-pad attenuators

Product Dimensions (with Stands)

32.4-in H x 15.4-in W x 14.6-in D(823.6mm x 390.4mm x 362.4mm) each

Input Type

Dual sets of gold-plated binding posts

Product Weight (with Stands)

77.4 lbs. (35.1 kg) each

Shipping Weight (in Crate)

284.3 lbs. (129.2 kg)

Shipping Units of Measure

Pair with stands

Warranty

1 Years

수입사

하만럭셔리 총판 HMG (02 - 780 - 9199)

가격

미정

 

 

리뷰어 -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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